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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지영] 북러정상회담과 러시아의 성동격서 (칼럼 제665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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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65호

북러정상회담과 러시아의 성동격서


김지영 국립통일교육원



2023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의 성동격서 전략이다. 성동격서란 “동쪽에서 소리를 내면서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의미이며, 적을 유인하여 한쪽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그 반대쪽을 치는 전술”을 뜻한다. 북한과의 요란한 정상회담 행사를 통해 동쪽에서 소리를 내며 북한에 대한 군사지원을 통해 미국에 대한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중단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서쪽을 치는 전략이다.

2022년 2월 24일 시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의 대우크라이나 무기지원과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고갈로 인해 교착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 국내정치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전쟁의 장기화는 피해야 하며, 우크라이나와 종전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완전한 영토회복 없이는 전쟁범죄자 푸틴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지 않는 한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리한 국면에서 러우전쟁을 협상국면으로 전환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을 압박하는 지렛대가 필요하다.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협상 지렛대를 삼고자 하지만, 중국은 대만해협문제와 경제안정화를 위한 미국과의 부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은 러시아가 원하는 성동격서 전략의 “성동“을 중러협력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와 북러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요란하고 긴요하게 ‘성동“의 역할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전투기 공장과 잠수함 등 군함 건조 조선소가 소재한 콤소몰스크나아무래, 크네비치군비행장,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를 방문했다. 각각의 장소는 북한의 추진하고자 하는 군사력 강화와 연동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북한이 두 차례 실패한 인공위성과 탄도기술이 부족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보여주며,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북한 핵잠수함 기술과 크레비치 군비행장은 북한의 노후한 전투기 지원에 대한 가능성을 각각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소인 태평양함대의 방문은 북중러 해상연합훈련 가능성을 상징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네 개의 장소는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것처럼 보인다. 전 세계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 완성기술과 핵잠수함 개발기술 지원 가능성을 보여주고, 한반도 유사시에 북한이 한미일의 군사력에 대응할 수 있는 공군력, 북중러 군사연합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런 의도를 알고 있는 미국은 북러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에 대한 무기지원과 북한에 대한 군사기술 지원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 세계 미디어에서 더욱 주목한 것은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재래식 무기 지원이다. 하지만 미국의 북러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으로 보인다. 북한의 ICBM과 핵잠수함 기술의 확보는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활용하여 미국 본토와 동아시아 전략에서 위협적인 상징성을 내포하는 장소를 골라 북러군사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동“을 취함으로써, 미국과의 러우전쟁 비공식 협상에서 대북군사지원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가 원하는 ”격서“는 대미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확보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러우전쟁이 후 비공식적인 협상을 진행해왔다. 2022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11월 6일자에서 미국과 동맹국 관리들을 인용해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이 최근 몇 달 사이 러시아의 유리 우샤포크 대통령궁 외교담당 보좌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NSC) 서기와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 초기 양국간의 협상은 진척이 없었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협상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국내정치와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종전국면으로 가져가길 원한다. 러시아의 북한을 활용한 성동격서 전략은 미국과의 비공식 협상 개시와 진행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대한 군사기술과 경제지원이 서서히 진행하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기술지원을 드러내는 군사기술을 단계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북러정상회담은 러시아가 가진 패를 미국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준 것이며, 실질적으로 그 패를 사용할 것인지는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며 달라질 것이다. 만약, 미국이 러시아와 협상을 개시하게 되면 러시아의 북한지원은 요란한 소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년 대선까지 미러 비공개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군사기술 이전을 통해 대미압박 카드를 북한의 도발로 보여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성동격서 전략은 필요한 군사기술과 경제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러시아의 성동격서 전략은 북한에게는 군사 및 경제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지만,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2024년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과거 미대선 시기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북미협상과 연동되었다면, 2024년 미 대선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북미협상과 미러협상이 동시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북러정상회담 전후로 행정부는 중국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안을 밝히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16-17일에 몰타에서 만났다. 그리고 미국과의 회동을 마친 왕이 외교부장은 18일에 러시아 외무장 장관을 급하게 만났다. 러시아의 요라한 ”성동“은 미국을 움직이는 듯 보이나, 러시아가 원하는 ”격서“의 결과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바로 중단하겠다는 공화당의 트럼프와 경쟁하는 민주당의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외교적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러우전쟁을 협상국면으로 전환할 때, 강력한 영토회복의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과 그동안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중단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2024년은 복잡하고,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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