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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지영] 영원히 지속하는 제국은 없다. (칼럼 제672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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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72호


"영원히 지속하는 제국은 없다."


김지영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영원히 지속하는 제국은 없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를 만든 억만장자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2017년 자산규모 1500억 달러가 넘는 브리지워터(Bridgewater Associates)라는 투자회사의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한 이야기이다. 레이 달리오는 거시경제적인 변동에 기반해서 투자전략을 세우는 CEO로 1987년 주식 시장 붕괴와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행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그를 “투자 관리자로 위장한 거창한 사상가이자 뛰어난 학자”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2022년 그가 출간한 변화하는 세계질서(The Changing World Order)'라는 책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주요미디어는 그의 탁월한 통찰과 분석에 찬사를 보냈다. 이 책에서 레이 달리오는 과거 500년간 강대국이 흥망성쇠를 '빅사이클'의 개념으로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했다.

‘빅사이클’은 강력한 제국들의 흥망성쇠 속에서, 심각한 빈부 격차와 정치적 가치관의 양극화로 발생한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강국과 기존 강국의 사이에서 일정한 일이 반복됐다는 개념이다. 그는 책에서 '빅사이클'의 원리에 따라 미국의 경제패권은 추락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전에 대한 전망이 새로운 것은 아니나 그의 분석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동안 투자자로서 보여준 그의 성취와 다양한 통계에 기반한 심도있는 분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빅사이클 개념에 기반하여 과거 강대국이었던 네덜란드와 영국의 흥망성쇠를 해석하고, 미국과 중국도 그 길을 따르고 있다고 전망한다. 한반도의 관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주장은 미국은 힘이 약해지는 속도와 강도에 따라 국내정치적인 갈등이나 국제전쟁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특히 국내정치적인 갈등은 분쟁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국제전쟁은 부상하는 중국과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대국의 흥망성쇠와 미·중 전쟁에 대한 전망이 새로운 것은 아니나, '빅사이클'이라는 원리를 구체적인 경제사회완 관련한 방대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 그의 분석과 통찰이 돋보인다.

그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던진 '영원한 제국은 없다'라는 메시지는 미국에도 적용된다. '빅사이클' 이론에 따르면, 강대국의 부상은 교육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고, 강대국의 추락은 금융 영역에서 가장 늦게 나타난다. 실제로 구성통화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하나로 루블화를 스위프트 시스템에서 퇴출하자, 중국 및 러시아는 탈달러 추진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일극 체제에 반대하는 중러 양국은 브릭스(BRICS) 회원국 확대와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을 통한 새로운 통화를 구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변화 속도만 보면 단기간에 미국 기축통화를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이고 추세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러·우 전쟁, 미·중 경쟁, 이·팔 전쟁의 양상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영향력은 2000년대 초반 일극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미국의 그것과 달라보인다. 2007년 뮌헨 안보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미국의 영향력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5년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신형대국관계라는 도전장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국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시진핑이 너무 급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러·우 전쟁의 장기화와 이·팔 전쟁의 불안한 확전, 그리고 북러의 재밀착을 보면서 많은 전문가는 미국의 영향력과 세계전략에 대해 다시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2007년과 2015년의 도전장이 이른 것이 아니었는가? 현재 미국이 일극 시대의 과거처럼 세계 분쟁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가?

레이 달리오와 많은 학자가 분석하는 것처럼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고, '영원한 제국'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레이 달리오의 주장처럼 영원할 거라 믿는 제국이 스스로 자리를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원한 제국의 쇠락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국내외적인 분쟁의 나비효과는 한반도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지혜롭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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