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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경태] 2023, 한반도 지정학의 미래 시나리오 (칼럼 제633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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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칼럼 제633호



2023, 한반도 지정학의 미래 시나리오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전쟁 위협을 극복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인가? 이 문제는 남북한만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거대한 지정학적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힘과 변수가 작용하는 국제정치의 미래를 조망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단순화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에서 파생하는 갈등의 정도는 북·미 관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까지 변화해 왔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초기는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 자본과 중국 권력층은 견고한 공생관계를 유지했으며,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낮았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 요구에 따라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 김정은 집권 후 6년이 지나도록 북·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고, 오히려 북한은 장성택을 처형하고 친중파를 숙청하기까지 했다. 이와 같이 북·중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분할점령 시나리오가 미·중 양측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의 회고록에서도 드러났듯이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 위협을 항상 경계했다.

 

2017년 말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북한은 한국의 중재로 북·미 대화를 시도했다. 2018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정은은 2019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에 반대하는 북한 군부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정학의 대전환을 시도하기보다 현상을 유지하려는 힘이 보다 강하게 작용하면서 결국 회담이 결렬됐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적당히 관리하면서 동북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더욱 부합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미·중 관계가 우호적인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모색했으나 실패했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경직성은 상당기간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어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러 관계도 악화되었다. ·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증가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구조가 펼쳐지고 있다. ··러가 밀착하면서 대북 제재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핵 보유 법제화를 선언했다. ·미 협상 기회가 다시 열린다고 해도 북한이 과거 비핵화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따라서 북한의 전략적 경직성은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미국에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는 지정학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는 북한을 중국에서 떼어놓고 한미동맹이 전략적으로 포용하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리차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북핵 비확산 및 군비축소를 교환하는 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북 포용정책은 미국 정서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미국의 상황 인식 및 전략 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까지 한반도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충돌의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 북한은 경직성이 강화되는 반면 미국은 아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어떤 지정학적 구조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미·중 갈등이 완화되어 궁지에 몰리기 전에 적절한 수준에서 북·미 관계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이나 미국이 유연한 전략을 펼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된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대립하고 지정학적 충돌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다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 정부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2023년은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202323() 농민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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