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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윤] 결단과 굴종의 아이러니 (칼럼 제645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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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45

 


결단과 굴종의 아이러니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윤 대통령은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정치적 이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음을 강조(3.21)했다. 그가 말하는 '정치적 이득' 뒤에는 어떤 셈법이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5년 단임 대통령의 10년 구상권 포기결단. 윤 대통령은 "우리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공동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3.1절 기념사를 필두로 '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 한일 정상회담(3.16)과 한미정상의 워싱턴 선언(4.27)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윤석열 정부의 대일, 대미 외교 드라이브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한미일 안보·경제공조강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한미일 공조강화가 우리 사회의 내부 동력을 얻어 한국의 국익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현재의 대일본 관계에서 윤 정부의 한일 공조 강화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자존감을 비하시키는 윤 대통령의 인식과 말부터 문제다. 이의 단적인 예가 일제 식민지배가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일어난 국권 상실이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일제의 식민 지배를 우리가 자초했다는 것과 같다. 이런 사고방식은 지금까지 틈만 나면 한국을 격하해 온 일본 앞에 당당하지 못하게 할 수밖에 없다. 수세적이며 수동적 자세를 갖게 한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有事)’시에는 그들의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출병할 수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는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의도에 맞춰 호주, 영국, 필리핀 등과는 대만 유사시 대비 '원활화 협정((RAA·상호접근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헌법 개정 없이 양자협정만으로도 일본 자위대의 상대국 파병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본이 한반도 출병의 원활화 협정을 체결하려고 시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이에 윤 정부는 여느 때처럼 국제정세 흐름으로 보아 불가피하다고 하지 않을까?

 

윤석열 정부가 지금 하는 처신은 격을 가진 국가를 주체를 포기하고 굴종을 스스로 자처하는 자세다.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문제는 물론,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한 것을 보라. 취하한다고 해도 일본 정부가 먼저 우리한테 가하는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한 다음에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먼저 제소를 취하하고, 그 위에서 정책 협의를 하겠다고 하니 국격의 추락은 물론, 우리 스스로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 면전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실은 일관되게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만 할 뿐이다. 일본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정부 견해에 따른것이라고 산케이 신문은 보도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함께 미래로 가자!”라고 하면 끝날 수 있는 사안인가?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한일 정상회담시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사람은 정직하고 정확하다고 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강제동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문 발표에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쌍수로 환영하는 모습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역사적인 발표"라고 추켜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사적 이슈를 해결하고 양자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 발표를 환영"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미국은 대 중국 보루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이 지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 서로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미국의 의도는 일본을 밀어주면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의 결속은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날개를 다는 셈이나 마찬가지다.신 냉전구도가 심화할수록 열강에 둘러싸인 우리에겐 이익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한미일 사이의 협력은 그것을 보는 국익의 관점에 따라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왜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에만 스스로 굽히고 들어가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무릎을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4.24 워싱턴포스터 인터뷰)는 윤석열 대통령 개인적 신념이 곧바로 전체 국민의 결단이 되어야 하는가? 그 신념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정부의 결단 앞에 모두 침묵해야만 하는가? 북핵 문제 때문에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잡고 미국과의 워싱턴 선언으로 전쟁을 부추기는 것만이 해결책인가? 그렇다고 북핵 문제가 풀린다는 보장이 있는가? 우리에겐 한··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이전 정부 모두 하나같이 관심을 보냈던 북방은 윤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는 러시아와는 물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균형을 유지해 국익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져가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이 당면한 경제상황은 절대로 녹록하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위기가 우리를 옥죄고 있다. 기업은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의 돌파구가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국방력 세계 5위의 우리가 미국의 확장억제에 동참함으로써 가공할 액수의 미국산 무기를 언제까지 계속해서 사들여야만 하는가? 안보적 의존은 경제적 의존을 필히 동반한다. 사상적 의존까지도 심화하게 된다. 이 모두가 윤 정부의 말대로 북핵 때문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결단은 왜 없는가? 미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제대로 대화라도 한번 해 볼 것을 요구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국익을 위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 대결구도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그렇게도 하기 어려운가? 한국의 외교는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윤 정부가 인식해야 할 점이 또 하나 있다. 국제관계에서 먼저 주면, 나중에 그만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외교 초보생도 다 아는 지극히 나이브(naive)한 생각이다. 담대하게 양보했다고 일본이 담대하게 호응해올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고만장해 있는 일본. 이는 바로 그런 윤 정부의 그런 무지를 조롱하고 있는 것과 같다. 윤 대통령은 과연 이를 알기라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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