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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윤] 우리에게 ‘북방’이 사라져버렸다 (칼럼 제660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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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60

 

 

우리에게 북방이 사라져버렸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노무현 정권 말기였던 20077, 어느 민간지원단체의 주선으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같이 갔던 사람 중에는 D조선해양의 N사장도 있었다. 그와 함께 우리 일행은 청년영웅도로를 거쳐 남포 인근 영남 배수리공장을 찾았다. 공장 전체를 둘러본 다음, 북한 해운성 관계자들과 회담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조선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N사장은 배수리 공장을 개조해 선박의 일부를 짓고 이를 남한으로 가져와 조립하여 선박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외국 선주가 언제든지 평양으로 와 조선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둘째, 자재와 인력을 휴전선을 통해 24시간 육로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남북한 당국자 차원의 상응한 조치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사안이었으나, 민간기업의 대표로서는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순간 필자는 북 해운성 관계자의 눈빛을 보았다. 수락여부가 자신의 권한 범위를 크게 넘어선 것이었지만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강한 바람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이후 정권 교체와 함께 남북관계의 침체로 없었던 일이 되었지만, 그 때 필자는 그 사업이 우리가 북방 유라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강력한 연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북방길이 열리고, 이어지면서 남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당면한 많은 경제적 어려움들이 북방사업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매일 수많은 물자와 사람이 평양을 거쳐 유라시아에 체류하는 상황이 된다면, 남북한은 그야말로 사실상의 통일의 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언어·체질·문화적으로 북방과 연결된 민족이다. 원래부터 고립된 민족이 아니다. 먼 옛날부터 주변지역의 문화 요소들을 받아들이며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며 살아왔다. 그것은 연결하며 살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지리적 위상은 바로 그 연결통로와 궤를 같이 한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지정학적으로는 취약한 지역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개방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리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말과 같이 주어진 지정학적 여건을 어떻게 타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로버트 카플란(Robert David Kaplan)'지리의 복수(The Revenge of Geography“에서 세계의 변화와 미래를 지리학적인 시각에서 예측하고 분석했다. 지정학자인 그는 지리적 요인이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유라시아 대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유라시아 대륙이 수십 년 안에 철도와 도로,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통합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북방이 있는가? 유라시아 연결 통로로서의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 중요성을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가야할 북방의 길을 언제부턴지 내 팽개쳐버린 것이다. 이제는 북방이라는 말조차 들리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때는 그래도 유라시아이니셔티브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우리를 설레게 한 적이 있었다. 유라시아를 지향하고, 물류·교통·에너지·인프라구축을 통해 북방의 거대한 단일시장 형성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지역을 성장엔진으로 삼아 한반도를 경제통상과 문화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평화를 다지고,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를 잇는 초국경 경제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통해 우리가 동북아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평화의 축으로서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동북아를 넘어 남방·북방 지역을 번영의 축으로 삼으려고 했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FTA를 추진하고, 중국 일대일로에도 참여해 동북아 주요국 간 다자협력을 제도화하려고 했다. 3회 동방경제포럼(2017.9)에서는 북방국가들과의 경제협력 확대, 조선, 항만, 북극항로와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에 걸친 9개의 다리(9-Bridge)전략을 새로운 협력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출범(2017. 8)시킨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는 평화와 번영의 북방경제공동체를 비전을 통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남·북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러나 남--러 간 삼각협력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처음으로 만들었던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금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윤 정부는 이를 살려 나가지 않았다. "식물 위원회로 낙인찍어 존속기한을 연장하지 않은 채 폐지하고 말았다. 안보환경에만 편승했기 때문인가. 북방은 외면한 채, 안보 위주의 편중된 국가관계만 있을 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북방 국가에 대한 적대감마저 불사하지 않는다. 지난 72023년 나토(NATO) 정상회담 참가 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을 보라. 중요한 북방 국가의 하나인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를 노골화하고 있지 않는가. 국제무대에서는 관련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최대한 외교적 언사의 구사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골적 편들기에 나선 것도 문제지만,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이다. 전쟁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러시아와의 관계와 함께 당장 러시아에 체류하는 수많은 한국민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무모하고 무책임한 이야기가 아닌가.

 

윤 정부는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면서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대규모 수익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변함없이 최대의 교역 파트너로 중시하고 있다. ‘재닛 엘런미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 경제를 중국 경제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성장하는 중국이 오히려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방정책을 통해 정치와 경제적 이익을 연계하는 일은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도 절박한 사안이다. 미래 성장 동력인 이들 국가들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만 동북아와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가진 역할과 지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친미 편중적인 외교와 경제의존은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때,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무기구매를 위해, 투자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었지만, 미국은 포드를 통해 중국 배터리 기업(닝더스다이: CATL)에 투자는 물론, 세액 공제지급 차종에까지 포함시켜주면서 한국은 제외시키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하지 않는가. 미국에만 의존하는 일은 우리의 자율성과 주권의 약화로 직결된다. 미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면서도, 북방 지역 국가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다. 우리의 비전이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정학의 포로가 되지 않으려면, 더 나아가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그레이트 게임의 핫스팟이 되지 않으려면, 주어진 지정학적 운명을 우리 스스로 타개하려는 자세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아주경제에 기고한 칼럼을 일부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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