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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윤] 민주평통,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칼럼 제664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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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칼럼 제664

 

민주평통,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줄여서 민주평통 또는 평통이라고도 불린다. 민주평통은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 수립 및 추진에 관해 대통령에 건의하고 자문에 응하는 헌법 기구다. 대한민국 제5공화국 당시 헌법 최고기구였던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폐지하고, 1981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가 되었다가 1987년 현재의 명칭이 되었다. 지난 91일부로 임기 2년의 제21기 자문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은 지방 유지(有志)나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대통령을 자문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개인적 명예와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일까. 해외에 있는 동포들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민주평통 전체회의에 초청을 받으니 겸사겸사 고국을 방문하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자문위원이 되면 본인이 하기에 따라 지역 인맥을 쌓는 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이를 기대하고 위원이 되려는 사람도 많다. 물론, 자문위원은 순전히 명예직일 뿐, 활동비나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문위원이나 지역 임원이 되는 것이 큰 자리를 얻는 것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문제는 따로 있다. 민주평통이 대통령에게 평화통일에 대해 자문을 하는 기구지만, 그런 역할은 정작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그런 역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필자도 비교적 오랫동안 상임위원 및 거주지역 자문위원으로 지낸 바 있다. 2년간 경제협력분과위원회위원장을 맡은 적도 있다. 그러나 위원회에서 만든 건의안이 국정의 정책으로 반영채택되었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정부가 정한 통일대북정책을 민주평통 위원회가 그대로 답습하거나, 그 바탕 위에서 세부추진방안을 만들 정도였다. 이는 민주평통이 대정부 편향적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종만 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소위 보수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던 것으로 판단된다. 일종의 정부 전위대(前衛隊) 같은 역할을 하다 보니 의장인 대통령은 민주평통을 자신과 정권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기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정권이 바뀌면 위원들의 색깔이 대거 달라진다. 진영논리에 따라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출범한 제21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제20기보다 천명 정도가 늘어 2만 천여 명이 위촉되었지만, 운영위원과 협의회장은 90%, 상임위원도 77%가 교체됐다. 국내외 부의장 23명은 전원 '물갈이' 되었다. 그중에는 통일교 핵심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기에 이어 21기에도 임명을 받은 사람도 있기는 하나 이들 대부분은 어떤 정권이든 정부 정책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평통 위원들이 대부분 자천 또는 타천을 통해 발탁되지만, 대부분 심사 과정을 통해 정권의 성향에 맞거나 반대하지 않는 사람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평통은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대정부 편향적 자리매김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고 윤 대통령의 인식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취임 전부터 좌파들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 참신하고 국가관이 뚜렷한 윤사모 회원들도 많이 등용하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실제 문재인 정부 당시 위촉된 몇몇 분과위원장들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친일파가 되겠다"고 한다든가 일본에게 반성이나 사죄 요구도 이제 좀 그만하자, 식민지배 받은 나라 중 사죄·배상 악쓰는 나라 한국뿐"이라는 사무처장의 말은 공공외교를 선도하는 자리에 있는 공인으로서 할 말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윤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칭송한 발언은 민주평통이 현재 어떠한 위치에 처해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알게 하고도 남는다. 김관용 수석부의장은 21기 민주평통 간부위원과의 통일 대화에서 "시커먼 먹구름 위에는 언제나 빛나는 태양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낸 구국의 지도자, 우리 민주평통 의장이신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민주평통 수장의 인식으로 민주적 평화통일정책을 독자적으로 자문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민주평통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민주평통은 한반도에서 남북 2국가 체제에 대해 선호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상당히 흥미 있는 내용이 도출되었다. 일반 국민 응답자의 52.0%가 남북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를 선택한 것이다. 반면, ‘단일국가로의 응답은 이의 절반 수준인 28.5%로 집계됐다. 그 밖에도 ‘1국가 2체제현재와 같은 2국가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각각 9.8%, 7.9%였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73.4%(매우 필요 38.4%, 어느 정도 필요 35.4%)가 동의했으며 필요하지 않다는 답은 25.4%에 그쳤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통일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보다 먼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두 체제의 남북한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을 말한다. 통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경제발전(30.9%)’ ‘전쟁 위협의 해소(25.8%)’ ‘민족의 동질성 회복(17.8%)’ ‘국제적 위상 강화(12.4%)’ ‘자유와 인권 실현(11.2%)’ 등의 순으로 답했다. ‘경제발전전쟁 위협의 해소는 남북한 교류협력을 통해 가능하며,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윤 정부가 크게 강조하고 있는 인권 문제는 사실상 후 순위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여론조사는 한마디로 우리 국민의 통일과 미래의 남북관계에 대한 의식이 어디에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게 한다. 동시에 민주평통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평통은 이런 설문조사로만 끝낼 일이 아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어떤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원하는지를 바로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평통의 내년도 예산은 통일부의 예산이 22.7%나 크게 줄어든 데 비해, 소폭이지만 2% 정도 늘어났다. 예산 증액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다. 이제부터라도 민주평통은 주어진 사명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남북관계의 바탕을 마련하고,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해 정부가 실천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자문건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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