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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보현]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 (칼럼 제694호 2024.4.2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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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94호 (2024.4.22)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


함 보 현

변호사, 법률사무소 생명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남북, 북미 간 대화 채널은 모두 끊긴 채,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며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이렇게 오랜 기간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일은 없었다.”


지난 3일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평화포럼이 공동 주최한 ‘제22대 총선,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 공약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총선에서 상호 심판론과 지역별 정책공약의 뒷전으로 밀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각 당의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에 대한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기회였다. 주최 측은 각 당에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 공통질의서’를 보내고 그 회신을 분석, 평가하는 한편 시민사회의 제안을 내놓았다.

위 인용문은 시민사회 제안을 내놓으면서 한반도 안보 현실을 진단한 첫 대목이다. 남북 모두 서로를 위협하는 자극적인 언어와 군사행동의 강도만 높여 가고 있는 가운데, 9.19 군사합의마저 무력화되어 완충 공간이 사라진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이나 사고, 오판이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평화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로 걱정스럽지만 대체로 수긍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 정부에서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당위성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 평화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은 도외시되고 있다. 최근 외교부에서 18년 동안 북핵·평화체제 이슈를 담당해온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가칭)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이 상징적인 대목이다. 정부는 어느 순간부터 ‘힘에 의한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상대의 힘에 오직 힘으로만 대응하는 팽팽한 긴장 상태, 양쪽이 잡아당기는 동아줄의 한오라기만 끊어져도 일촉즉발의 위기와 소모가 되풀이되는 상황,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고 압박하는 데만 치중하는 전략은 결코 평화나 그를 향한 길일 수 없다. 그저 맞선 두 힘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진공상태일 뿐이다. 그러면 누군가 ‘돈으로 산 평화’가 옳다는 말이냐는 비아냥을 던질지 모르겠다. 이번 칼럼을 통해 국어와 논리 교육의 중요성까지 논할 여유가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행정부가 평화에 대한 몰이해와 나르시시즘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국회에라도 기대를 걸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각 정당의 공약을 들여다보면 한반도 군사위기가 고조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정착의 중요성에 대하여 동의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공약의 포괄성,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고 중간과정에서 추진해야 할 중점과제 식별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정당은 또한 공통적으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한 통일 논의와 정책 추진에 대하여 공감하고 남북 간 또는 국제사회 틀 내에서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있지만, 인식의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 단계적인 로드맵은 빈약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국회가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와 해법의 모색은 그저 막연한 기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남북관계 발전과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은 “시민이 참여하는 안정적인 사회적 대화의 공간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각계각층의 광범위한 참여를 보장하는 “사회적 대화와 대화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제도화하여 국민적 합의 형성을 지원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당장 해법을 내놓기보다 평화와 통일의 과정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합의를 만들어 갈 공간(場)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한민국헌법」을 들여다보자. 그 전문에서 ‘우리 대한국민’은 평화적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주권, 국민, 영토라는 이른바 국가의 세 요소에 대하여 규정한 뒤 곧바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확인하고 있다(제4조). 이와 함께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제5조 제1항). 우리 헌법 본문에서 ‘대한민국’이 주어가 된 조항은 저 유명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제1조 제1항) 외에 평화적 통일과 국제평화에 관한 위 두 조항뿐이다.

대한민국에서 ‘평화’와 ‘통일’은 그야말로 국시(國是) 즉, 국민 전체가 지지하는 국가의 이념이자 국정의 근본 방침이다. 이 땅의 역사와 그 구성원들의 수난을 되짚어 보면 이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당연한 귀결이다. 이때 평화는 단순히 통일을 꾸미는 표현이 아니라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지향을 담은 가치다. 너무도 당연하기에 굳이 더 구체적으로 새기지 않았을 뿐이다. 아울러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도 새삼 주목한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고민과 실천은 어느 한쪽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구성원들 모두가 참여하고 합의해 나가야 하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정이라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새로운 통일담론’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 과연 불통(不通)의 자세를 버리고 국회, 시민사회와 사회적 대화의 공간을 마련하고 합의를 만들어 가는 지난한 길에 오를 용기가 있는가. ‘가짜 평화, 진짜 평화’ 놀음에서 벗어나 평화에 대하여 성찰하는 지혜를 가졌는가. 통일부장관이 외교·안보 원로들을 만나는 등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다는데 입맛에 맞은 만남과 논의만 구하는 편협함을 버렸는가. 섣불리 ‘정답!’을 외치지 말고 우선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을 권한다. 단순한 차별화나 독선에 매몰된 비현실적인 해법은 ‘오답’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심판의 칼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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