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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윤] 북 미사일 도발, 대화의 포기가 아니다 (칼럼 제592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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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592호


북 미사일 도발, 대화의 포기가 아니다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문재인 정부 들어 좋았던 남북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노딜(No Deal) 이후부터였다. 한국 정부는 북·미간 정상회담을 추동, 북한의 비핵화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빅딜을 통해 비핵화의 수순을 밟을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북한이 하노이에서 제시한 비핵화의 방법, 다시 말해 영변의 핵시설을 파괴하는 대신, 열한가지 대북 제재 중 민생민수 분야의 다섯 가지를 해제하는 제의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북미와 남북관계 악화를 만들어낸 단초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당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가장 먼저 얻으려고 했던 것은 자신의 사활적 문제인 상호 적대관계의 청산과 이를 통한 체제보장이었다. 그것을 미국이 들어주기를 강하게 원했다. 이에 상응해 북한도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를 단계별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북한 앞에는 체제를 담보할 수 있는 비핵화의 과정과 방법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신, 군사적인 위협과 함께 강화되는 경제재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아무런 대안이나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기존의 정상간 합의는 물론, 자신에게 스스로 한 약속마저 파기해 체제유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2018년 6월 트럼프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파기(22.3.24)는 이를 반증한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단독 제재를 채택하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개최,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후, 급기야 대륙간탄도탄(ICBM) 시험발사를 단행(22.3.24)함으로써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최근 들어서는 선제적 핵사용과 관련된 엄포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근본 이익이 침해당할 때에는 적대 세력의 핵 위협을 포함, 모든 위험한 시도를 선제적으로 분쇄하겠다”는 노골적인 핵위협도 마다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추진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북한은 그들의 체제유지를 위해 이미 정해놓은 길을 갈 것으로 판단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적대적 행위에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이와 같이 예상되는 북한의 행동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의 대북 정책이 지향할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


향후 추진할 대북 정책과 관련,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대북 정책의 기본원칙을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남한은 가만히 있는데 북한은 도발만 일삼아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에게는 도발이다. 도발(provoke)은 상대의 특정한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자극적 행동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끌어내기 위한 행동이냐는 것이다. 도발을 도발로만 보면 답이 없다. 한국도 북한 못지않은 회수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우리의 미사일 발사는 대부분 군사기밀에 속한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을 때가 많다. 반면, 북한의 그와 같은 행동은 순식간에 알려지게 된다. 일반인의 뇌리 에는 북한의 선제도발이라는 인식을 포함, 대북 적대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남한의 미사일 발사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대북 선제타격 발언’,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과 같은 언급들을 북한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도발로 받아들일 것임이 뻔하다. 얼마 전 남한의 ‘선제타격’ 발언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며 남조선이 아니다. 그 누가 우리를 다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은 북한이 남북한 무력대결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적대행위 청산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이제 다시 한 번 차분히 들여다 볼 때다.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통해 북한이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위협 속에 담긴 북한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결국 체제를 보전하고 북한에 드리워진 각종 제재를 없앰으로써 최종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북 적대적 행위의 청산을 요구하는 일종의 위협행위이자,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되,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가져가려는 시도다. 다시 말해 비핵화를 전제로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제재의 해지를 얻어내려는 협상에서의 발언권 강화다. 미사일 발사는 대화의 포기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반대로 북한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대화의 요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원인과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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