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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윤인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칼럼 제597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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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OFO칼럼 제597호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북방·극지전략연구실장 윤인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다. 필자는 이 사태에 대한 일반적인 슬픔에 더해 두 가지 이유로 더욱 슬프다. 하나는 한국인으로서 우크라이나의 처지를 한반도에 비추어 보면서 감정 이입을 했기 때문이다. 두 진영의 세력 다툼(팽창력 對 저지력)이 각자의 영토가 아닌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 77년 전 한반도에서도 일어났던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사태가 77년이 지난 지금의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두 강대국의 정치적 약속이었던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가 보란 듯이 지켜지지 않고 핵무기를 포기했던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위협받았으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은 더욱 순탄치 않아 보인다. 


작금의 국제정세가 한반도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분단’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의 ‘대북인식’과 ‘통일정책’이 국제정세의 중대한 전환점(turning point)에 따라 결정적 시점(critical juncture)을 거쳐 경로 의존적(path-dependent) 변화를 겪어 왔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한국의 적대적 인식과 대결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계기로 전환기를 맞았다. 이 때 합의한 자주·평화·민족 대단결이라는 3원칙이 이후 남북교류의 기본 지침이 되었다. 그런데 이는 1970년대 데탕트, 즉 동·서 진영 간의 긴장 완화, 닉슨 독트린과 핑퐁외교를 배경으로 한다. 1991년에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는 어떤가. 남북 상호 간의 화해 및 불가침, 교류협력에 관한 이 합의는 실천이 문제이지 사실상 남북관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말 그대로 기본 안내문이다. 이 역시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와 냉전 해체를 배경으로 한다. 


한반도 정세는 이 때 이후로 국제적인 흐름에서 약간은 벗어난 길을 가고 있었다. 사회주의국가가 체제전환을 하거나 적어도 개혁·개방을 하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사회주의권인 북한은 개혁·개방을 최소화하며 기사회생했다. 위기에서 살아남은 북한은 1990년대부터 핵 개발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2000년대는 이러한 북한을 설득하는 명목으로 남북교류협력이 활성화되었으나 2010년대는 핵보유를 선언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경제제재로 막을 내렸다. 2010년대 말 역사적인 북·미 회담이 있었지만 경제제재 완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며 돌아섰다. 


그리고 현재,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NATO의 세력 확장을 막고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의 행보로 유라시아판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월 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유엔 제재 결의에 대해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했고 6월 8일(뉴욕 현지 기준) 유엔 총회에서 한·미 측과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 사실 북-중-러 연대는 북한이 ‘새로운 길’에서 암시한 것처럼 2020년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며 21세기 세계화를 설명하던 문구가 무색하게 세계는 곳곳이 굴곡지고 있다.  


이와 같은 2020년대 전후 신(新)냉전은 국제정세의 중대한 전환점으로서 우리의 대북인식과 통일정책에도 결정적 시점이 될 여지가 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 시점을 계기로 우리의 대북인식과 통일정책이 향후 수십 년 간 경로의존성을 가질 수도 있다. 오늘의 현실이 더욱 엄중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다시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추해보자. 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첫째, 한반도가 다시는 특정 진영 간의 대리전이 일어나는 완충지대(buffer-zone)가 되게 하지 말자. 둘째, 북한의 핵 포기는 정치적 협상과 약속을 대가로 거래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북핵 접근법은 창의적으로 새로 짜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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