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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윤] 정상회담도 협상이다. (칼럼 제598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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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 칼럼 제598호


정상회담도 협상이다.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지난 2022년 5월 21일 한국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 가졌던 정상회담은 꼭 1년 전 2021년 5월 21일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 가졌던 정상회담과는 크게 비교된다. 우리 정부 입장의 반영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크게 후퇴해 있다. 정책 추진의 독자성 상실은 물론, 우리나라의 입장과 생각을 치열하게 반영하지도 못했다. 비교해 보면 비로소 보인다.


첫째, 평화의 공고화는 멀어지고 남북대결은 강화했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으로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할 것에 합의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대결의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한국이 자청했거나, 미국이 요구했다면 전폭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 정부에서는 “동맹의 억제 태세 강화를 약속하고, 합동 군사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고 있으나, 윤 정부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재가동과 함께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의 확대”에 합의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를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중국을 겨냥,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 강화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것이 그런 의미다. 한반도 평화를 공고화할 방안이라기보다는 한반도 정세의 불안을 초래하는 단서가 되지 않을까우려된다. 전작권 환수에서도 문 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으나, 윤 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했다. 전작권 전환의 ‘확고한 의지’에서 ‘단순 의지’로 바꾸었다. 전작권 환수에 주저하기 때문일까. 그러면서도 미국은 얼마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두 정부 공히 “조건에 기초한”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 아니한가.


둘째,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존 합의는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고 말았다.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과 바이든의 정상회담에서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하겠다는 것을 명시했다. 그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준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런 기존 합의는 모두 없애고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열려 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그 어떤 제의나 언급도 없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선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의 판박이다. 실패한 정책이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 실패해야만 비로소 깨닫을 수 있는 정책의 반복이다. 큰 노력과 시간을 들여 북한과 합의한 것을 외면하고, 다시 새로운 합의에 이르기를 원한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더 들여야 할까? 구태여 왜 그런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가.


셋째, 우리의 경제적 실익을 도외시하는 여지를 만들고 말았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는“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유지”에만 합의했을 뿐이다. 인·태 지역 관련, 포괄적인 개념을 적용했다. 그러나 윤 정부는 중국 경제를 견제하는 데 스스로 앞장서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인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의 참여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협의체다. 통상·무역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미국의 구상인 IPEF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려는 것은 미·중 경제패권경쟁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격이다. 윤 정부는 IPEF가 “협정이 아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을 배제하는 게 절대 아니”라고 하나, 이는 레토릭(rhetoric)일 뿐이다. 중국이 참여하지도 않겠지만, 참여해 미국 주도의 질서를 흔드는 행위를 받아들이겠는가? 한·미정상회담 직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베이징이 바뀔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의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미국이 경제·안보 동맹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전략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우리 경제다.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경제 결속력을 중국과 가지고 있다. IPEF를 통해 대중국 수출통제가 이루어진다면 그 피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 뻔하다. 무역량이 가장 많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의 경제와 산업이 받을 영향이 확실하지 않겠는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독자적인 전략을 찾아보기 어려운 윤 정부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미래지향적 남북관계의 전개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현실적인 해법도 없다. 기존 남북·북미 합의는 무시된 채, 핵 확장억제 강화만 돋보인다. 강하게 압박하고 고립시켜 북한이 변하기만을 기다리는 합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공동성명이 되고 말았다. 그 보다는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이 보다 독자적으로, 보다 신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어야만 했다. 친미나 반미가 아닌, 대국과 소국 사이의 의존관계가 아닌 철저한 국익의 관점에서 미국을 상대했어야 했다. 정상회담도 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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