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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지영] 영화 남한산성과 우크라이나 전쟁 (칼럼 제600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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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칼럼 제600호


영화 남한산성과 우크라이나 전쟁



김지영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지금 칸에게 문서를 보내시면, 칸은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고 전하를 칸의 신하라 부를 것이옵니다. 정녕 전하께서는 칸의 신하가 되시겠사옵니까.” (척화파 김상헌)



“저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옵니까. 먼저 삶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 아니옵니까.” (주화파 최명길)



영화 ”남한산성“의 김상헌과 최명길 두 충신이 논쟁하는 대목이다. 1636년 청의 대군이 조선을 침략했을 때, 척화파 김상헌은 왕에게 명과의 의리와 조선의 자존을 지켜야 한다고 간언했다. 1636년 12월 14일 청의 군대가 서울로 들이닥치자 인조와 신하들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가 고립된다. 세자를 볼모로 보내면 강화를 할 수 있다는 청의 요구에 반대하던 인조는 칸과 청의 대군이 몰려왔다는 것을 알고서야 항복을 결심한다. 척화파 김상헌은 항복하겠다는 인조의 결정에 결사반대한다. 오랑캐 청나라 칸을 황제라 칭하고 신하가 되는 것은 죽는 것보다 못한 결정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사에 역적으로 기록될 것을 알면서 최명길은 항서를 직접 작성하고, 왕에게 대의명분보다 왕조와 백성들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간언한다. 인조는 최명길의 의견을 받아들여 항서를 보내고 청나라 황제 칸에게 1637년 1월 30일 무릎을 3번 꿇고 고개를 9번 숙인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삼전도의 굴욕이다.



영화는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내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당신이 그 시대 남한산성에서 벌어진 척화파와 주화파의 논쟁에 참여한다면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삼전도의 굴욕이라 기록한 그 역사적 결정을 간언한 최명길과 그에 반대하고 끝까지 결사항전을 외친 김상헌의 결기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리고 영화는 두려움에 떨며 자기 이익을 지키는 데만 급급했던 대신들과 우유부단하고 우왕좌왕했던 인조를 두 인물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통렬히 꾸짖는다.



척화파와 주화파의 논쟁과 역사적 결정은 동서고금의 사례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척화를 결정하지 않고, 독일의 나치와 협상을 추진했다는 역사가 어떻게 변했을까? 만약 2차 세계대전 이후 스위스와 스웨덴 같은 중립국이 서방 진영에서 대소련 척화 정책을 펼쳤다면 두 국가와 그 국민은 어떤 대가를 감수해야 했을까? 일제 강점기 항일독립운동세력인 개화파와 척사파의 평가에 대한 논쟁은 독립한지 70여 년이 넘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척화파와 주화파 논쟁의 핵심질문은 전쟁의 결과에 대한 해석과 전쟁 주체의 견해 차이에 관한 것이다. 이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잃을 것인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전쟁을 결정해야 하는 정치지도자는 이 두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치지도자와 관료들의 논쟁도 병자호란 시기 조선의 그것과 본질은 같다. 1636년 12월 14일 청의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들어왔을 때 조선은 청에 항전하거나 화해를 주선해야 했다. 2021년 12월 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12만 군력을 배치했을 때 우크라이나도 화해와 항전의 갈림길에 있었다. 2014년 이미 크림반도를 빼앗긴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기 10일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우크라이나 국민과 지도자는 러시아의 전면침공을 믿지 않았다. 2022년 2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유력 정치·사회연구소인 ‘고르셰닌 연구소’(Gorshenin Institute)가 (지난 2월 2일부터 13일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62.5%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full-scale invasion) 가능성을 낮게 봤다. 6월 10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면적인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보고를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국의 국방력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대답도 매우 긍정적이었다. 71.3% 응답자가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한 신뢰를 밝혔고, 53.4%의 응답자가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침략을 방어를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54%의 국민들이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와 국민들은 전쟁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승에 대한 믿음과 항전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지도자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러시아로부터 빼앗긴 영토를 되찾고 외부위협으로부터 안전보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이 전쟁의 결과를 누구도 확언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에 전세가 불리해지고 있다는 추세만 전해질 뿐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에 그 결과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리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확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전쟁이 아닌지는 말할 수 있다. 집을 잃고 주변 국가들로 이동해서 임시주거지에서 지내고 있는 7백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전쟁은 아니다. 경제제재로 인해 20%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러시아 국민을 위한 전쟁도 아니다. 전쟁 개시 이후 지금까지 죽어간 시민들과 젊은 군인들, 그리고 절망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망자 가족들을 위한 전쟁도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경제·안보적 영향으로 고통받는 다른 나라의 시민들을 위한 전쟁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이 질문에 지도자들은 명확하게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묻고 싶다.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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