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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윤인주] 신 냉전을 대하는 북한의 자세, 그리고 나의 바람 (칼럼 제609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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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칼럼 제609호


신 냉전을 대하는 북한의 자세, 그리고 나의 바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북방·극지전략연구실장 윤인주



북한이 인도, 베트남, 캐나다 등에 쌀, 밀 등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연간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약 80만 톤이다. 최근 연이은 가뭄과 수해로 농작물 피해가 큰 상황이므로 식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8월 기준 전년대비 36%가량 쌀값이 오른 것으로도 뒷받침된다. 최근 남포항의 석탄 부두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검은색이 아닌 하얀색이 두드러지는 점이 확인되었다. 비료 수입 시점이 아닌 때에 대형 선박이 하역을 하고 난 뒤 하얀색 포대 더미가 있다는 것은 쌀이나 밀가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 7월에도 이미 쌀 약 1만 톤을 중국 랴오닝성으로부터 육로로 수입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밝힌 ‘담대한 구상’은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여기에는 쌀 10만 톤, 비료 14만 톤 상당의 예산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 데도 말이다. 석 달 만에 코로나 종식과 정상방역체계 전환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접경지역이 코로나 초기 발생지임을 들어 바이러스가 전단지를 통해 한국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북한은 주민 동요와 체제 위협을 우려하여 전단 살포에 강경 대응해왔는데 외부와의 철책을 높이고 내부를 단속하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 차단이라는 보기 좋은 명분까지 생긴 셈이다.


어쩌면 한·미·일이 아무리 마음을 모아 담대한 결단을 한다 한들 북한은 당분간 어떠한 구상도 수용할 의사가 없는 것일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혜국이 북한이라는 말도 있는데, 미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중국이 대북제재 우회를 도와주는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우군으로 합세했다는 뜻이다. 그 예로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독립을 희망하는 친러 분리주의 세력의 지역 재건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참여시키는 방안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북한의 해외노동자 파견은 유엔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 경제개발과 외자유치 계획을 세우는 국가계획위원회는 경제개발지구의 해외투자 정책을 보완 중이라고 한다. 대북제재가 해제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현실적으로 법률을 보충한다는 것이다. 투자 대상은 중국, 러시아 등 우호관계에 있는 나라이며 한국은 불투명한 투자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개성공단 재개를 기대하지 않고 중국, 러시아와 새로운 공업지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북한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한·미·일과 각을 세우고 북·중·러의 끈을 단단히 매는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 전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 정도 시차를 두고 미사일 발사를 해왔다. 7차 핵실험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지난 6월에 탄도미사일을, 8월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고려하면 수개월 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동안 대북제재 위반에 협조해 온 중국 기반의 선박·해운·금융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세컨더리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유엔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할 것이다.


지난 냉전 시기를 돌이켜보면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등거리외교를 추구했다. 또한 강대국 블록에 속하지 않는 제3세계 국가들과의 비동맹외교도 성과를 거두었다. 신냉전이라는 국제적인 흐름을 한 개인이나 국가가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줄기 바람이 있다면 북한이 지금과 같은 대외관계, 특히 경제부문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국 일변도의 의존도를 탈피하여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를 넓히는 것이다. 소련, 일본, 한국, 중국 등 시절을 좇아 우호적인 단짝에만 의존하지 말고 세계를 향해 문을 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북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북한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가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으니 핵실험은 당분간 중단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끝.



* 이 칼럼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저자가 속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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