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LOFO칼럼 제608호

‘담대한 계획’ 실현 위해 담대한 접근 필요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표명한 데 이어서, 7월 21일 통일부는 관계부처와 협업하여 ‘담대한 계획’ 수립을 진행 중이라고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밝혔다. 특히,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경제지원 뿐 아니라 북한 입장에서의 안보 우려까지 고려하고, 先 비핵화 또는 빅딜식 해결이 아닌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인도협력에 대해 비핵화와 무관하게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반응은 냉랭하다. 북한은 우리에게 줄곧 남북합의 이행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해 왔다. 즉, 대화와 교류·협력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대규모 군비증강에 나서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것이다. 지난 7월 27일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북한의 “안전을 위협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에는 선제타격 방안인 ‘킬 체인(Kill-chain)’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남북이 서로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지정학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만 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한반도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만약 좁은 한반도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최후 승자가 누가되든 실질적으로는 남북이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당면한 한반도 전쟁 위협을 방지하고 정부의 ‘담대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담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로 적대시하던 상황에서 인도협력과 경제협력으로 전환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이라는 미끼만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따라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을 양측이 자제함과 동시에 신뢰 구축을 위한 전향적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인도협력과 관련된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야 한다. 남북 간 직접 전달이 쉽지 않다면 제3국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의료 및 식량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관심 갖고 있는 지속가능발전 분야에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접근해 산림·식수·위생 협력을 추진하는 ‘남북 그린데탕트’를 추진해 볼 수 있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 과정을 빅딜식으로 하지 않고 단계적·동시적 상응조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따른다면,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어서도 ‘군비통제적’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는 우선 북한의 안전보장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고, 이후 단계에서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 등 미래 한반도의 담대한 비전을 남북이 함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남북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의제를 제안하는 한편, 기존에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고 준수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비록 북한은 한발 늦게 움직인다 해도 우리가 신뢰구축에 앞장 설 수도 있다. 민족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사회·문화 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우리가 먼저 언론·출판·방송을 개방해 상호이해와 공감대를 넓혀 갈 필요가 있다.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은 남북이 신뢰를 구축하고 서로를 대화의 상대로 바라보기 위한 ‘담대한 접근’이다.

* 본 칼럼은 2022년 8월 22일(월) 농민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