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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경태] 북한 핵보유 법제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칼럼 제615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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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칼럼 제615호


북한 핵보유 법제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북한은 지난 98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무력 정책 관련 법령을 채택하고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화했다. 새로운 법령의 목적을 핵무기 보유국들 사이의 오판과 핵무기의 남용을 막음으로써 핵 전쟁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전쟁 억제가 실패하는 경우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을 격퇴하고 전쟁의 결정적 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적 사명을 수행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전쟁이 발생할 경우 언제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핵무기를 상대방의 핵공격에 대한 대응수단으로써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국가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등 상당히 포괄적으로 사용 조건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해 추진할 수 있다고 알려진 참수작전을 포함하여 외부로부터의 다양한 위협 상황에 대해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지금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지정학적 충돌 위협이 증대되고, 미중 패권경쟁 심화와 함께 대만 해협과 한반도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한반도가 스스로 안정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외부로부터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작은 불씨가 튀면 전쟁의 위기 상황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미국, 러시아, 유럽 국가들의 안전보장 약속을 믿고 비핵화 했던 우크라이나가 결국 무력 침공을 받고 전쟁 상황에 처한 것을 지켜본 북한은 이제 핵보유 법제화를 공식 선언했으며, 한국 일각에서는 자체 핵무장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핵무장론은 언급을 꺼리는 주제였다.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어기고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무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국제사회로부터의 제재를 받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동아시아의 핵확산 도미노를 야기할 수 있는 한국의 핵보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근간을 손상시킬 수 있는 핵무장론은 한국 정부 내에서 금기시되어 왔다. 따라서 과거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던 목소리는 주로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극히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특정한 정치적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계층에서 핵무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22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22 통일의식조사에서 북한의 핵 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92.5%에 달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남한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55.5%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했다. 이밖에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아산정책연구원, 사단법인 샌드연구소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우리 국민의 70% 이상이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다. 국민 여론은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하에 그 대응방안으로서 자체 핵무장에 동조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한국의 핵무장을 적극 추진하는 일부 진영에서는 주로 과거 진보진영의 대북정책 방향이었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라도 핵자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북한이 모두 핵을 가진 상태에서 군사적 균형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평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발상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도 달성한 목표를 우리만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패배의식이라고 비판한다. 비록 처음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할 수 있지만, 북한과 중국 모두를 억제하기 위해서 결국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도의 사례와 같이 한국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를 준수하고 비확산 의무를 지킨다면 결국 NPT와 미국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핵보유 법제화는 쉽게 돌이킬 수 없도록 비핵화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폭파해 버린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단순히 북한 핵의 위협이 과거보다 조금 더 증대된 상황이 아니라, 보다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이 20192월 하노이에서와 같이 비핵화경제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동안 북한이 미국에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은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추가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안전 보장과 함께 핵군축 또는 군비통제를 협상 의제로 다루려고 할 것이다. 과거보다 그 조건과 대가가 훨씬 커진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북한을 상대로 한미동맹은 과연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인지 이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제사회가 제제와 압박을 지속해 북한이 중·러에 밀착함으로써 동북아에서 한미일 vs. 북중러라는 기존의 냉전적 대립구도가 강화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핵 문제를 우선 덮어 두고서라도 북미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미중 패권경쟁에 임하는 미국의 전략적 입장에서 북한의 핵을 양날의 칼로 활용하는 지정학의 대전환을 시도할 것인가. 또는 한국에 자체 핵무장을 허용함으로써 대륙세력을 견제하는 동북아의 최전선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것인가? 세 가지 방향 모두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를 담고 있지만 곧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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