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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윤] 북 쓰레기 연구와 남북관계의 향방 (칼럼 제616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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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16


북 쓰레기 연구와 남북관계의 향방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북한 쓰레기를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 부산 D대학교 강모 교수다. 그는 북한에서 남쪽으로 떠내려 온 쓰레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는 사람이다. 한 때 중조접경 지역에서 망원렌즈를 가지고 선전구호나 지형지물 등의 변화를 찍어 북한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나 카메라로 국경지역을 촬영하다보니 중국 정부의 의심을 사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9년 말 중국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했다. 코로나 봉쇄조치로 더 이상 현장 접근이 어려워지자, 그는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5도와 동해안 현장으로 향한다. 연평도에서 북한 영역까지는 불과 34km, 거기서 파도에 떠밀려온 북한산 각종 플라스틱 봉지나 부유물을 발견, 이를 북한 연구와 주민 생활의 단면을 보는 중요 단서로 삼고 있다. 이런 그의 활동은 KBS 시사프로로도 보도된 바 있다. 현장을 통해 북한을 연구하겠다는 그의 열정은 참으로 가상하다. 연구가 사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바 현장을 향한 그의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강 교수의 북한 쓰레기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북한을 잘 알아야 한다면서도


무엇보다도 현장과 연결된 북한 연구의 길이 막혀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실토한다. 자신의 연구는 북한을 갈 수 없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북한 방문은 북한도 남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은 언제라도 북한을 방문할 수 있으나,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세계 어디를 갈 수 있어도 북한만은 안 된다. 모두 정치적 이념과 적대관계 때문이다. 이 하나 때문에 남북한 사이에 가능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차단된 채로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 이념의 대립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연구마저 외면당하는 현실이다. 북한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정작 차단하고 있다. 그러니 북한을 편향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국과 대만을 보라, 첨예한 정치적 대립에도 오갈 사람과 물자도 오간다. 분단된 남북예멘도 마찬가지다. 전쟁을 거쳤으나 얼마든지 사람들은 오가고 있다. 연결되면 많이 것을 알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스스로 차 버리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에 대한 왜곡된 판단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강 교수가 수집하는 것은 상품 포장재가 대부분이다. 조악한 포장과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 떠내려 온 신발이 온통 기워져 있는 것을 보고 북한 경제의 강퍅한 현실을 유추한다. 북한이 가난하다는 결론에 지원의 당위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북한이 가난하기 때문에 지원해야만 한다는 논리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나아갈 방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을 대등한 관계가 아닌 우월과 열등의 관계로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도 경제적 어려움이 생활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떨어진 신발도 기워 신은 적도 많았다. 가난은 비교 대상이 있어야 의식할 수 있다. 모두가 가난하면 정작 가난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혹독한 세월을 거쳐 지금 우리는 과잉생산과 과잉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경쟁은 전쟁과도 같다. 북한에서는 과대포장, 과잉소비를 부추기는 생산이 필요 없다. 필요한 만큼 생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산하지 않아도 소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기준으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생산과 소비를 보아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들은 모두 집단주의 속에 살고 있다. 기계로 치면 부품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은 언제나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모두 같이 움직인다. 불만이 생겨나기 어렵기도 하지만, 불만을 가진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적 성향의 불만표출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북한 또한 그들이 못살기 때문에 염려해주고, 걱정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의 우월적 지위를 한사코 거부한다. 가난해도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하겠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굶어죽어도 구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북 지원은 대부분 이산가족상봉과 연계하여 추진되었다. 주고받는 의미로 추진된 것이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이산가족상봉이 달가운 일은 아니다. 체제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남쪽 가족을 만나면 사상 면에서 오염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감수하는 대가로 지원을 받았다.


일방적 관계에서 가치지향의 쌍방관계로


북한 쓰레기 연구를 통해 우리의 대북 정책은 어떤 방향이 되어야 할까? 무엇보다 일방적 관계에서 가치지향의 쌍방관계로 가야한다. 대 북한 우월적 지위를 내려놓고 대등한 위치에서 대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그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남북관계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북한을 몰아세워 우리로부터 멀리가게, 영영 돌아올 수 없도록 해서는 되지 않는다. 우리의 주장이 비록 옳고 합당해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의를 위한 압박보다는 정의를 위한 타협이 더 중요하다. 대등한 관계에서의 협력이 북한으로 하여금 체제 리스크를 스스로 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산가족상봉과 지원을 연계해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변화를 북한 스스로 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핵문제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북미회담에서 영변의 핵시설을 해체하는 대신, 경제재제의 일부분을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북한이 다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담대한 구상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는가. 먼저 경제협력을 할 테니 비핵화의 완성을 담보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말을 먼저 들어주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화의 분위기부터 만드는 일에 전념하라. 북한을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할 남북관계의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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