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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경태] 미국이 북한과 손잡을 수 있을까? (칼럼 제630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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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30호

2023년 신년특집 한반도 정세전망

 

미국이 북한과 손잡을 수 있을까?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최근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러 관계는 악화되고 중·러 관계는 보다 밀착되어 한미일 vs. 북중러라는 냉전적 대립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국익 관점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산업분야의 한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대립 국면에서 국가 생존을 위한 경제안보 전략의 중요성은 점점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 상황이 실제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상대방의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전면전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우발적 충돌로 인한 제한전또는 국지전이 대만이나 한반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매우 심각하고 절박한 문제다.

 

지난 2019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결적 군사 행동을 비난하면서 오히려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고 미·러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북제재를 아예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증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북한 문제는 미국의 다른 국제적인 이슈에 비해 해결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부시 정부의 전략적 무시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실질적 위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동북아 지정학의 현상유지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보다 더 부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핵공격 능력이 점점 고도화하는 한편,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지정학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대북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214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칼럼니스트 월터 러셀 미드(Walter Russell Mead)의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 정치·전략 분야 연구원이자 뉴욕 바드칼리지(Bard College) 교수인 그는 미국 보수사회의 주류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글에서 미국이 과거 북한을 상대로 했던 기존의 대북정책과는 결이 다른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Detente May Be an Option With North Korea’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유보한 상태에서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보다 유리하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당시보다 북·미관계가 악화되었으며 북한은 핵보유 법제화를 통해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태다. 이와 같이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제안하는 주장은 이미 철지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드는 향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계속 심화할 경우, ·미관계의 새로운 방향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 ·중 패권경쟁이 고조될수록 북·미관계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오히려 증대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 간 이어져온 지정학적 구도를 미국이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1970년대 소련과의 대결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과 데탕트를 이루어낸 바 있다. 1990년대에는 전쟁 후 20년 만에 베트남과도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면 북미관계 개선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만약 키신저와 같은 대전략가가 나타나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미중 패권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추진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전략적 구상을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끌어당기는 미국의 전략이 미·중 전략경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핵공격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을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양날의 칼로 사용할 수 있을지 한국의 국익을 위해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지정학 전략에 수동적으로 대응해 왔다. 전략적 구상을 스스로 할 기회도 없었고, 그런 능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으며, 실제 역량과 역할도 증대되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주도하는 지정학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우리 자체의 힘과 노력만으로 동북아의 지정학을 전환하는 전략적 구상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와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현실적인 이익추구를 동력으로 활용해 우리의 국익을 도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냉혹한 질서가 작동하는 국제관계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강대국들의 선의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중 간 전략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한반도 주변국들의 현실적 이해관계를 활용해 전쟁의 위협을 낮추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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