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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윤] 김정은의 우공이산 (칼럼 제643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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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43호

 


김정은의 우공이산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주애가 북한 매체를 통해 소개된 것은 202211월 화성 17형 대륙간탄도탄(ICBM) 시험장에서다. 이후 열병식 등 군사 관련 행사장에 아버지 김정은과 함께 등장했다. 최근에는 경제건설의 현장에까지 손수 삽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4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을 시험발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뿐 아니라, 리설주와 김주애, 김여정이 함께 참관해 하늘로 솟구치는 추진체를 바라보는 장면과 이들이 김정은을 둘러싸고 환하게 미소 짓는 광경이 포착됐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대동시킴으로써 북한 주민이나 바깥 세계에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일까?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음을 알리기 위해서일까? 이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것이 판명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김주애가 비록 후계자로 내정되었다고 해도 스스로 통치하는 시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는 김일성의 민족이라고 칭하는 백두혈통의 가계에 과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거침없는 투쟁과 제거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후계를 놓고도 내부 암투가 있었던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이 후계를 확실하게 드러내기 전까지 김정남, 김정철, 김정은을 놓고도 남한 전문가조차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했다. 김주애는 아직 미지의 대상이다.북한 매체는 김주애를 그냥 자제분이라고만 표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직 그의 정확한 이름조차 모른다. 북한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 때 우리는 김정은을 김정운으로 잘못 알았던 때가 있었다. 북한이 두 부녀의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김주애 위로나 아래로 오빠나 동생이 있는 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가 유심히 보아야 할 점은 아버지 없는 김주애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김주애 단독으로 드러난 적이 아직까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김주애 우표가 발행되었다고 하나, 모두 김정은과 함께 나온 것이다. 기념우표에는 오로지 김정은 동지에게 최대의 영광을 드린다고만 적혀있을 뿐이다. 북한 파워엘리트가 김주애에게 극존칭을 사용한 것은 김정은에 대한 대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주애에 대해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명칭한 것도 절대적 존엄과 결사옹위의 대상인 김정은의 딸이기 때문이다. 김주애가 아닌 김정은의 다른 자녀들에게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는 표현일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과 김주애의 공동 등장이 주는 함의다.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과 함께 미사일 발사시험장을 비롯, 경제건설의 현장에 등장하고 있는 자체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까? 김정은과 김주애 두 부녀(父女)의 모습을 보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을 고사성어를 떠올린다면 지나찬 비약일까? 우공이산은 열자·탕문(列子·湯問)에 나오는 우리에겐 익숙한 고사성어다. 어떠한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않고 굳센 의지로 밀고 나가면 성공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구순의 노인이 자식과 손자 간에 만든 세대를 뛰어넘는 약속이다. 노출빈도가 부쩍 높아진 김주애와 김정은의 등장은 북한의 당면 현실과 관련하여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전쟁 이래 지금까지 북한은 안보적 불안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미국이 언제든지 그들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과 위협 속에 살고 있다. 북한을 옥죄는 대북 경제제재는 지난 20여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금융 동결조치(2005)를 기점으로 세계 각국은 개별적인 대북제재를 가하고 있다. 2006년 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확대·강화 일변도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미사일 개발 및 도발로 이어지게 했으며, 이와 같은 무력 도발은 다시 경제제재의 심화와 상승작용을 해 왔다. 안보불안과 함께 먹는 문제의 어려움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 당면한 현실이다. 대북제재의 골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2020년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북한 경제를 스스로 봉쇄하는 길에 들어서게 했다. 이에 따른 경제난은 1990년대 중반에 겪었던 고난의 행군과도 비견될 정도다. 최대의 안보 위협과 경제위기에서 당면해 있는 북한이 스스로 선택한 길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자력갱생이다. 하노이 북미 회담의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을 단 한 시도 믿지 않는다. 핵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지키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이는 대를 이어서 이루어내야 할 과제다. 김정은이 나이어린 김주애를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 상징적 제스처라면, 그것은 북한이 처한 현실과 깊은 관련을 가짐은 분명하다. 김주애가 나라 지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이를 보는 북한 인민에게는 그렇지 않다. 세대를 함께하는 결의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당면한 엄혹한 현실에 김주애를 등장시켜 핵 무력과 경제건설 현장의 북한 젊은이들을 포함, 모든 인민들에게 세대가 함께하는 다짐을 보이려는 것이다. 김주애는 김정은의 의도에 가장 알맞은 대상이다. 부녀가 함께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선사하고, ‘2의 고난의 행군에 함께해 당면한 위협과 어려움을 극복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공격을 어린 김주애와 함께 영원히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것이다. 북한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대를 이어 가야할 굳센 결의의 길. 그 길을 두 부녀가 함께 가고 있음을 보이려는 것이다.

 

김주애의 등장은 김주애 혼자가 아닌 아버지와 함께하는 데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한 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김주애를 등장시킨 것은 선동선전 차원에서, 북한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 가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공의 이산은 자신이 아닌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일로 비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산을 퍼 바다에까지 가 버리려는 우공에게는 결코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강한 신념이다.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과 결속의 표상이다. 스스로를 지키고, 같이 살아야 한다는 김정은의 인민을 향한 각오. 김주애는 그런 각오의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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