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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한 인프라 산책-25(박하) 평양의 심야 군사 퍼레이드와 전력 사정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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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프라 산책-25



평양의 심야 군사 퍼레이드와 전력 사정


박원호기술사



지난 7월 27일 야간, 북한은 대대적인 ‘전승기념일’ 행사를 거행했다. 이 날은 1953년 7월 27일, 유엔군과 북한 간에 ‘한국전쟁 정전 조인식’이 있었던 날인데, 북한은 여전히 ‘미제의 침략을 물리치고 승리한 날’로 왜곡하여 전승 기념식을 지속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70주년 행사로 러시아 국방장관까지 초청하여 군사 퍼레이드 겸 신형무기 쇼까지 펼쳤다. 이는 다분히 우크라 전쟁에 고전하는 러시아에 북한제 무기를 수출하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필자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도 놀랐지만, 대낮이 아닌 야간 행사라는데 더욱 놀랐다. 어떤 이는 심야 군사 퍼레이드는 평양의 전력 사정이 상당히 호전되었다는 증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김일성광장에서 심야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려면 대낮 같이 환한 조명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득 평양의 전력 사정이 궁금해졌다. 예전에 비해 얼마나 호전되었을까, 아니면 악화되었을까? 북한통 전문매체 <38 north> 의 최근 위성사진에 의하면, 평양의 야경은 종전에 비해 훨씬 밝아졌는데, 위성사진 속의 서울과 밝기 면적을 비교한다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야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감행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인 중 전력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첫째, 심야 대규모 행사 시 아파트에는 제한 송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튜브에 올라온 실황중계에 의하면, 평양 시내 고층건물들의 외관은 정전 수준으로 캄캄했다. 즉, 절전이든, 주민 통제 목적이든 전기 공급을 계획적으로 차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평양에서는 요즘에도 하루에 6~8시간만 전기를 공급한다고 한다.

평양 도심에서 야간 군사 퍼레이드를 할 경우, 주 무대인 김일성 광장 주변만 밝게 하기 위해 얼마든지 제한 송전이 가능하다. 사실 1960~70년대 남한에는 ‘특선’이라 하여 24시간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회선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평양에도 주석궁이나 당 간부 아파트 또는 특정 시설에는 송전 시간을 얼마든지 차별화할 수 있다.

셋째, 희천수력발전소의 경우, 가동 시간을 조절하여 야간에만 제한 발전과 송전이 가능하다.

희천발전소는 청천강 상류에 건설한 계단식 발전소로 총 12호기로, 전체 설계 발전량은 42만kw에 이른다. 평양-희천 고속도로는 총연장 138 km에 불과하지만, 고속도로 노선에는 전력 수요가 많은 산업시설들이 즐비하다. 예컨대, 영변 핵 재처리시설, 안주의 화학공업단지,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 등이다. 하지만 당에서 결정하면, 어느 한곳의 이의제기 없이 특정 지역에 제한 송전을 할 수 있는 게 북한 체제이다.

한편 2023년 현재, 평양에는 ‘태양광 전지판’(태양광 패널)이 널리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20여 년 전부터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연에네르기’(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개발하고 권장한 결과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전지판인데, 주로 신의주 건너 중국의 단동에서 중국산 태양광 패널들을 집중 수입한 것들이다. 태양광 전지판은 가정용으로 TV 수신, 휴대폰 충전 등을 위한 용도인데, 세대별 경제 사정에 따라 축전지도 보유하고 있어, 야간에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지혜로운 인민들은 당 즁앙이 제한 송전을 지시하더라도 선제적으로(?) 자력갱생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2019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의 발전소들은 유지관리 상태가 더욱 부실해졌다고 한다. 압록강 위에 있는 기존의 수풍댐, 태평만댐, 그리고 동평양화력발전소, 청천강의 희천발전소 역시 정비 및 유지관리가 부실하여 갈수록 전력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 증거 중 하나로, 평양은 물론 지방 도시들에까지 중국산 태양광 전지판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을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군사 퍼레이드를 벌인다 하여, 이 사실 자체가 평양의 전력 사정이 호전되었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 오히려 최근 들어 TV 시청이나 휴대폰 충전까지 태양광 전지판에 의존하는 현상을 보면, 북한의 전력 인프라가 악화를 넘어서 붕괴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2021년 3월 이래, 2023년 현재까지 평양은 초고층살림집 공사를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 수요는 갈수록 급증하는데도 북한의 전력 인프라 투자는 오히려 뒷걸음을 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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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호, 기술사, 시인, 하우엔지니어링 부사장, 저서 <피양 풍류>, <평양의 변신, 평등의 도시에서 욕망으로 도시로>, <가까운 미래 평양>(공저)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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