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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영윤] 북·일 관계개선의 파급효과와 대북정책 방향 (칼럼 제692호 2024.4.8)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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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 칼럼 제692호 (2024.4.8)


북·일 관계개선의 파급효과와 대북정책 방향


김 영 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북한과 일본이 현재의 양자 관계를 바꾸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1월 말부터 베이징에서 고위급 비밀회담을 진행했다. 2월 들어 한국-쿠바의 수교 소식이 전해지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서둘러 일본과의 협력 의사를 수용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가능한 빠른 시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24.3.25 조선중앙통신). 일본이 느닷없이 대북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직접적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당면한 정치적 상황과 연결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 9월 임기 만료를 앞둔 기시다 총리의 재선에 적신호가 켜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정치적 모멘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일본 국민들이 원하는 납치자 문제를 포함,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의 현안을 풀어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20%대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북한은 어떤가? 일본과 같이 절박한 국내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원하는 납치문제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일본과 대화 협상의 전제가 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이 알 재간도 없는 납치문제에 골몰한다면 수상의 구상이 인기 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압박까지 할 정도다. 과거 북한은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인 13명을 납치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도 했다. 생사가 불분명한 사람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를 재개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나, 이후 북·일 관계의 진전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이를 일본의 잘못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공개하면서도 정작 핵 문제나 납치자 문제의 해결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은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면서도 이 기회를 일본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강한 애착심을 가져왔다. 마치 지금으로부터 20년도 훨씬 넘은 지난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실현되지 않은 데 대한 미련이 있는 것처럼. 당시 일본 고이즈미 총리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일평양선언“을 공표하면서 국교 정상화 회담의 추진은 물론, 과거사 반성에 기초한 보상, 납치 등 유감스러운 문제의 재발 방지,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하려고 했다. 국교정상화 이후에는 무상자금 협력, 저금리 장기차관제공이나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적인 지원 등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추구하는 대 일본 관계 개선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평양선언의 재현,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있다고 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작금의 북일 협상의 진행 상황을 들여다보면 북한이 오히려 더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일본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일본을 대화로 추동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일본은 "우리의 정당방위에 속하는 주권 행사를 간섭하고 문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나, "일본은 역사를 바꾸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 새로운 조일(북일) 관계의 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전혀 없다"고 비난한 것도 따지고 보면 서로의 관계를 새롭게 가져가자는 속내를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사상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의식하고 있는 일본 수상의 정략적인 타산에 조일 관계가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상호간 일반적인 관계 개선을 하자는 것의 반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김여정 부부장이 ”전제조건 없는 일조수뇌 회담“을 요청하면서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은 일본 측이며 다만 우리는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 출발을 할 자세가 되어있다면 환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라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언급이다.


이상에서 볼 때, 일본은 일단 과거 문제를 해결하여 국내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접근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출발부터 일본과 양국 관계의 기본적 개선을 원하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대북한 접근에 미래지향적 자세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압박과 함께 정상회담을 위한 일본과의 접촉을 거부한다고 한 김여정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일조 간에 결실있는 관계를 실현하는 것은 쌍방의 이익에 합치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하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일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북한과 일본의 관계 개선은 우리에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까?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대북한 정책적 고립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일본 관계 개선에 강한 집념을 보이는 이면에는 남한을 의식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남한을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포석의 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을 등에 업고 극도의 대북한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한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의 실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11월의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재선이 이루어질 경우, 북미 관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과 북한과의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그 어떤 관계 개선도 거부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는 어떤 형태로든 남한을 고립시키려는 북한의 전략에 잠식됨을 의미한다. 북·일 사이의 회담이 지금은 비록 난항을 겪고 있지만, 트럼프의 재선은 미·북 관계는 물론, 북·일 관계마저 크게 바꿀 가능성도 크다. 남한은 이런 경우 어떻게 되나? 정책은 앞을 내다봐야 한다. 앞에 놓인 변화를 읽어내지 않는 정책은 제대로 된 정책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의도를 간파한 대응이 필요하다. 북한과 일본,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관계 개선을 시도할 때 남한은 북한과 단절되어 국제관계에서 외톨이가 되는 상황을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향후 전개될 국제관계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 방향을 심도 있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글은 제목을 바꿔 4월 2일자 아주경제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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