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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현준 박사]김정운, 김정일 보다 더 개방적인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 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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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정운, 김정일 보다 더 개방적인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 있다”



전현준 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에서 ‘3대세습’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26세)이 후계자로 내정된 것이 확실한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정확한 당내 후계자 결정 절차 및 공표가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정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의 후계자 내정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세습을 택하였을까? 가장 큰 이유는 권력의 안전 때문일 것이다.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김정일 위원장으로 이어진 권력의 정통성은 친혈육이 가장 잘 보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미 1970년대 초반 김정일 후계자에 대한 정당화를 위해 ‘후계자론’이 만들어져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혈통계승론’이다. 수령후계자는 수령의 영도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순혈’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유교적 전통이 많이 잔존해 있는 북한에서 일종의 가산(家産)인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지 모른다. 북한이 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늘 강조해온 것이 바로 후계문제를 잘 해결했기 때문에 체제가 붕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일 세습이 아닌 다른 사람이 김일성 권력을 이양받았다면 세계사적 변화 과정에서 김일성 비판운동, 민주화 시위, 경제 붕괴 등의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지난 6월 30일 주장한대로 김정운이 확실한 후계자인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아직까지는 북한이 공식화시키지 않고 있고, 김정일 위원장 자신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도 후계자로 내정된 자가 끝까지 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 만일 김정운이 북한이 처해 있는 내외의 위기를 극복할만한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어 질 때는 언제든 교체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로서는 김정운으로의 세습이 분명하다는 전제하에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김정운이 후계자가 되었을 때 그는 어떤 정책을 도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김정운 개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가 어떤 성향과 정책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신성가족(holy family)’인 김정운도 김정일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선군정치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체제단속이나 대남 강경 입장도 지속될 것이다. 특히 북한과 같이 무력에 의해 체제가 유지되는 국가에서는 ‘전사적 기질’이 중요한 지도자의 덕목이 되기 때문에 김정운도 군사 분야의 자질을 과시해야 될 것이고, 군부인사들과 친분을 돈독히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4월 5일 미사일 발사, 5월 25일 핵실험, 이후 지속된 대외 및 대남 강경 입장 등은 모두 후계자 김정운의 용맹성 신화(myth) 창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숭이’ 김정운으로의 세습으로 인한 주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만성적인 경제난과 주민 억압은 ‘김씨왕조’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대안세력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 민중폭동이 발생하기는 어렵겠지만 ‘김정운시대’에서도 경제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김정운은 경제적 치적을 통한 정권 유지를 위해 김정일보다는 더 개방적인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스위스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국제적 감각도 갖추었고, 주민들의 삶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과거 주변국의 대북 정책에 철저히 맞대응(tit for tat)하는 북한의 행태로 보아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대북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김정운도 체제에 위험이 초래될 정도의 개방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이 하루속히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의 안보불안을 해소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핵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한반도 평화 통일이라는 대 전략하에서 현재의 위기타개는 물론 김정운 시대의 남북관계를 대비해서 남북대화 복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분명 ‘3대 세습’은 나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을 막을 만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마냥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정운이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을 통해 핵무기 포기와 한반도 평화 유지에 헌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중국과 베트남이 개방의 길로 갈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안보 불안이 있는 한은 김정운이 개방화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 보수세력들이 더욱 큰 목소리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제재는 김정일과 김정운의 대외 강경책을 정당화시켜주고 그들의 운신의 폭을 더욱 제한할 것이다. 빨치산과 그 2세들의 논리가 힘을 받을 것이고 북한 민주화의 맹아는 싹조차 피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북·미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북한이나 미국이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북한과 미국은 언젠가  대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 우리도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적 구상을 마련해 놓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 것이다. 아울러 김정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만이 1994년 김일성 사후 북한붕괴론에 매몰되어 적절한 대북 정책 구사에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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