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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경태] 차기정부의 ‘한반도 데탕트’를 기대한다. (칼럼 제589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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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칼럼 제589호


차기정부의 한반도 데탕트를 기대한다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오는 5월 출범하게 될 차기정부는 지정학적 충돌로 인해 위기가 고조되는 한반도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속하면서 동북아에서는 냉전적 대립구도가 재현되고 있어 남북 관계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지정학적 대전환을 가져올 에너지의 축적 과정일 수 있다. 기존 ‘한미일 대 북중러’ 라는 냉전적 대립구도를 깨뜨리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


만약 보수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데탕트’를 추진할 수 있다면 국민적 의견 통합에는 더욱 유리하다. 과거 미국의 보수적인 닉슨 정부가 먼저 중국과 손을 잡았고, 한국의 노태우 정부는 중·러와 수교하고 성공적인 북방정책을 펼쳤다.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기존의 냉전적 대립구도를 유지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한미동맹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한미동맹이 북한을 포용하는 전략은 어떨까. 동북아 지정학의 대전환은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첫째,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 변화 필요성이다. 기존의 지정학자나 현실주의 전략가들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떼어 놓고 다루는 방안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러 관계는 악화되고 중·러가 가까워지는 가운데 북한도 여기에 밀착하고 있다. 대만을 비롯해 미국이 다뤄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가 점점 커지고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면서 과거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강화 명분으로 유용했던 북한의 악마화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은 중국과 데탕트를 이루고 소련과의 대결에 집중했듯이, 이제는 북한을 중·러로부터 떼어놓고 한·미 진영으로 끌어오는 ‘Divide and Rule’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북한 비핵화 전략은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북한 핵능력은 점점 고도화되고 보유수량도 늘어나지만 이를 제어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공격능력을 완벽히 무력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타격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뿐만 아니라 한·미가 입을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 입장에선 부시 정부의 ‘전략적 무시’ 또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수도 없다. 지난 3월 24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규탄 성명을 채택하려던 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러의 협조가 필수적인 대북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은 이미 힘을 잃었다.


셋째, 북한 핵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러시아·유럽 국가들과의 약속을 믿고 비핵화를 추진했던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받았다. 이를 주시하고 있는 북한의 속마음은 어떨까. 이제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비핵화’라는 대화조건으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할 필요가 있다. 대신 핵을 가진 북한을 한·미 진영으로 당겨오면 그것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핵이 없는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는 무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핵이 있는 북한이 만약 한·미와 가까워진다고 해도 중·러가 무력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핵 보유는 당분간 북한이 중·러로부터 자유롭게 독자적 의사결정을 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비핵화의 초기 단계에서는 우선 한·미가 포용적 대북정책을 펼쳐서 경제적으로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를 탈피하도록 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70년 간 중·러에 의존했던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경제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성장 동력을 갖추게 하기 보다는 그저 붕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면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해외자본 투자를 받아 제2의 베트남과 같이 전환된다면 동북아의 지정학적 구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과연 한미동맹에 유리한 전략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동북아 지정학의 냉전적 대립구조 해체는 바로 한반도에서, 북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본 칼럼은 2022년 4월 19일(화) 한겨레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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