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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권은민]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아십니까 (칼럼 제640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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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OFO칼럼 제640호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아십니까


권은민 변호사


최근 북한소식(데일리NK 2023.3.29.자)이다. ‘인쇄공장, 사진관, 대학 들이쳐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검열, 대학생들 다수 붙잡혀가’라는 제목아래 함경북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연합지휘부)가 “인쇄공장과 사진관들, 개인 디지털 사진기를 등록 보관하고 있는 대상들, 대학 도서관과 콤퓨터(컴퓨터)실, 대학생들의 노트콤(노트북) 등에 대해 일주일간 정식 검열 중이고, 이번 검열은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제정된 뒤 실시된 첫 검열로, 이제껏 말로 좋게 해서 기다려주면서 스스로 퇴치하고 반성할 기회를 주었는데 여전히 국가법을 우습게 아는 자들이 있다면 법의 맛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사진관과 디지털 사진기를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 결혼사진, 환갑사진, 생일사진 등을 찍어주는 것은 허용되나 뒷배경을 하와이 등 해외 휴양지나 해외 고층 건물들, 한국 자동차 등으로 해서 합성하는 것은 안 된다며 이런 행위들을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연합지휘부는 이번 검열에 걸려들면 기기 등을 모두 압수하는 것과 동시에 그로 인해 벌어들인 모든 재산까지도 철저히 몰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검열을 받은 대학교 학생들은 닥치는 대로 달려드는 연합지휘부의 행태를 보면서 ‘청년들을 잡아먹는 귀신들같이 눈에 똥달이 떠가지고(눈에 불을 켜고) 으르렁거리더라’, ‘일본 순사가 독립운동하는 청년들 잡으러 날뛰는 모습 같더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은 2023.1.18. 제정되었다. 법률내용을 살펴보면, 괴뢰말투를 쓰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법으로, 제1장 기본에 이어, 제2장은 ‘괴뢰말 찌꺼기를 쓸어버리기 위한 전사회적인 투쟁’으로 괴뢰말 류포원점을 차단하고 감시와 수색을 강화하는 내용인데, 제19조 ‘괴뢰식 부름말을 본따는 행위금지’ 조항에서 “청춘남녀들 사이에 오빠라고 부르거나 직무 뒤에 님을 붙여부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제22조 ‘괴뢰식 억양을 본따는 행위금지’ 조항에서는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억양을 금지하며, 괴뢰식 이름짓기, 괴뢰말이나 괴뢰서체로 표기된 편집물, 그림, 족자의 제작과 류포를 금지한다. 법 제3장은 ‘비규범적인 언어요소의 사용금지’인데, 국가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외래어의 사용금지, 힘든 한자말의 사용금지, ‘촌스럽고 별나게 말꼬리를 올리는 것’과 같은 억양으로 말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 제4장은 ‘사회주의적 언어생활기풍의 확립’에 대해, 제5장은 ‘법적 책임’을 규정한다. 제58조 ‘괴뢰말투 사용죄’는 6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하고,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 벌금처벌 조항은 ‘자녀들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바로하지 않’거나 ‘가격표, 차림표를 게시해 놓았을 경우’에 적용한다.

이 법을 읽으면서 여러 번 놀랐다. 법률문장에서 ‘오빠’라는 구체적인 단어를 금지하거나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등의 구체적 표현을 하고 있어 놀랐고,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 사형에 처한다는 엄벌규정을 둔 이유가 궁금했다. 비록 이 법에서 남한을 적대시하거나 괴뢰말은 남한 말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오빠라 부르지 말고, 말꼬리를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남한식 언어사용을 막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법이 규정하는 괴뢰말은 남한 사람이 쓰는 말, 그리고 남한의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말인데, 주민들의 남한말 사용을 금지하기 위하여 사형까지 처벌이 가능한 법을 만든 것이다. 주민통제 수단으로 법이 이용되는 것 같고, 법으로 정하지 않으면 단속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법을 보면, 남북한의 분단이 길어지고 군사적 위협 수준이 높아지면서 북한이 고슴도치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주민들의 언어사용까지 통제한다. 하지만 언어사용을 통제하는 법을 만든다고 북한주민의 말을 금지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벽을 쌓고 칼을 든다고 하여 불어오는 봄바람을 막을 수는 없다. 올해 봄, 날씨는 화창하고 꽃은 만발한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찬바람 속에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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