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프라 산책-23

1년 만에 1만 세대씩 뚝딱! 만리마 속도의 비밀

- 평양 화성지구의 경우

박원호 기술사

'(화성지구 1만 세대 공사는) 150여 정보의 면적에 다양한 초고층, 고층 살림집과 공공건물, 봉사망, 시설물들이 편리하게 배치됐으며, 불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또 하나의 현대적인 도시구획 건설을 성과적으로 결속했다.' ㅡ2023. 4. 17. 노동신문, SPN 서울평양뉴스에서 재인용.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공사가 착공한지 정확히 14개월 만에 준공되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만약 남한에서 같은 규모의 아파트 공사를 했다면 얼마나 걸릴까? 최소한 40개월 이상 걸릴 것 같다. 단순 비교로 남한보다 시공 속도가 3배쯤 빠른 셈이다. 소위 '만리마 속도'의 비밀인가?

왜 이런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일까? 오해도 풀 겸해서 주요 사항 3가지를 문답 풀이해본다.

문 #1. 화성지구 고층 살림집 단지의 설계는 어디서 하며, 구조 형식은 어떤가?

답; 백두산 건축연구원이 설계를 전담한다. 작년에 개원 40주년을 맞은 이 연구원은 평양의 고층빌딩 설계를 도맡아왔다.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건축구조는 철근콘크리트구조이고 형식은 라멘조(Lahman/기둥ㅡ보)이다. 벽체에 벽돌공사가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문 #2. 북한의 고층 살림집(아파트)은 지하층이 왜 1층 밖에 없는가?

답; 개인이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기에 지하 주차장이 필요 없다. 따라서 기초 및 지하층 공사가 단순하다. 개방형 터파기(open cut)에서 온통 기초(Mat foundation), 지하층 공사에 1개월이면 가능하다. 남한은 지하 3층 주차장 포함 지하층 공사에만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문 #3. 건설공사(시공회사)는 어느 기관이 어떻게 수행하는가?

ㅡ속도전청년돌격대끼리 경쟁을 시킨다. 소위 '만리마 속도'다. 1950년대 중반, 천리마가 만리마로 가속 발전(?)했는데도, 정작 만리마의 실체는 신기술과 첨단공법이 아니고 속도 경쟁이다. 속도전 청년돌격대는 군인 신분으로, 복무기간이 최소 10년이다. 숙련도가 높고, 주말에도 공사를 강행한다. 물론 노임도 없다.

이 3가지 요인에도 공기 단축 요소는 많다. 예컨대, 세대마다 도시가스를 사용 않기에 배관공사가 단순하고, 주요 자재인 시멘트 및 철근은 자체 조달로 공급이 원활한 편이다.

하지만 만리마 속도에는 장차 큰 우환이 될지도 모르는 짙은 그늘도 있다.

합장강은 대동강의 상류 지류로써 그동안 성역으로 간주되었던 곳! 합장강 하구 좌안에 금수산태양궁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만 세대 준공에 이어 후속 1만 세대도 내년에 준공된다. 도합 2만 세대가 준공될 경우, 합장강의 수질오염이 우려된다. 이는 곧바로 대동강 수질오염으로 직결되기에 더욱 심각한 것이다.

'동무는 만리마를 탔는가?' 1950년 중반, 천리마 시대에도 그랬듯이, 돌격대 청년들이 만리마의 잔등에 올라탄 것이 아니다. 꽃다운 20대 청년들이 일제히 인간 만리마로 변해버린 뒤, 5만 세대 목표 고지를 향해 숨이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만리마 속도의 비밀은 첨단기술에 있기보다는, 속도전청년돌격대의 강요된 희생에 있다. 참으로 잔인한 현실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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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호; 기술사, 필명 박하, <피양 풍류>, <평양의 변신, 평등의 도시에서 욕망의 도시로> 저자.